佛만화가 기 들릴, 北실상 그린 ‘평양’ 출간

  • 입력 2004년 9월 17일 18시 49분


프랑스 만화가 기 들릴(38)이 두 달간 평양에 머물면서 겪은 평양과 평양사람들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만화책 ‘평양’(이승재 옮김·184쪽·8000원·문학세계사)이 출간됐다. 저자는 프랑스 TV 방송에서 방영할 애니메이션 작업 때문에 2002년 여름 두 달간 평양에 머물면서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작업을 해 나가며 좌충우돌했던 온갖 상황들을 이국인의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재즈나 레게음악을 듣는 만화가와 온종일 김일성 부자의 찬양가를 듣는 북측 사람들과의 갈등,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안내원을 따돌리고 어떻게든 자유롭게 평양을 탐험해 보고자 애쓰는 저자의 모습 등이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평양에 가기 전, 평양거리가 유령도시처럼 텅 비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로에 자동차가 다니고 거리도 깨끗하며 분주히 오고 가는 사람들의 복장이 너무 단정해 놀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 생활이 철저히 통제되고 획일화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동의 자유가 전혀 없었다. 자유로운 외출도 허락되지 않았고 바깥나들이를 하려면 반드시 안내원과 통역을 대동해야만 했다. 낯선 이방인에게 평양은 우울한 회색빛 전체주의 사회였다. 외국인 전용 호텔에는 전기가 잘 공급되지 않아 어두웠고 식당의 메뉴는 외국 사찰단이 들어오는 기간에만 과일 등 신선한 먹을거리가 제공됐다. 외국의 식량원조도 계급과 서열, 당에 대한 충성도에 의해 배급량이 결정되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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