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500만달러(약 287억원)의 현상금을 내걸며 추적 중인 빈 라덴은 과연 어디 있을까.
그동안 미국과 손잡고 빈 라덴을 추적해 온 파키스탄 당국은 그가 아프가니스탄 접경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키스탄 보안당국자는 “끈질긴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살아남았으며 이들은 파키스탄의 동서부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알 카에다가 미국 주도의 강력한 압박공세를 피하면서 더 은밀하고, 정교한 조직으로 변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알 카에다 조직원이 체포되더라도 이른바 ‘세포조직’이 다를 경우 아무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고구마 줄기캐기’식의 소탕이 어렵다는 것. 또 알 카에다는 최근 컴퓨터전문가 등 신세대 조직원들을 규합하면서 그들만의 비밀통신 방식을 개발하고 있어 갈수록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빈 라덴과 접촉하는 조직원이 극히 제한되면서 그의 행방은 더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있다. 한 파키스탄 관리는 “만일 핵심그룹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빈 라덴 접견을 원한다는 얘기가 나돌면 그는 곧바로 위해분자로 간주돼 제거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빈 라덴이 미군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자와히리는 9일 알 카에다를 대표해 TV에 등장해 미국의 심사를 또다시 건드렸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국이 패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미군은 아프간에서 수도 카불지역만 점령했을 뿐 동부와 남부지역은 무자헤딘의 영토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군은 가끔 공습을 하지만 이는 돈을 뿌려 흙먼지를 일으키는 것에 불과하다”며 “성전에 나선 전사들이 미군을 향해 포격과 사격을 가하는데도 미군은 참호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자와히리가 보낸 비디오테이프는 9·11테러 3주년을 겨냥해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그가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최근 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집트 외과의사 출신인 자와히리 역시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돼 미국의 수배대상에 올라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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