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여객기 연쇄폭발]쾅… 쾅… ‘러시아판 9·11’인가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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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모스크바 남부 도모데도보 공항.

여름 휴가철을 맞아 흑해 연안의 휴양지 소치로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시비리 항공 소속 1047편 TU-154여객기에 올랐다. 오후 9시40분경 여객기는 승객 38명과 승무원 8명을 태운 뒤 이륙했다. 6명의 승객은 탑승 수속은 했으나 여객기에 타지 않았고 화물칸에 실었던 이들의 짐은 다시 내려졌다.

40분 후 같은 공항. 볼가아비아 엑스프레스 항공 소속 1303편 TU-134 여객기가 승객 36명과 승무원 8명을 태우고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를 향해 활주로를 이륙했다. 이 항공사의 유리 바이치킨 사장이 직접 조종간을 잡았다.

두 여객기에 외국인 승객은 타지 않았다.

TU-134가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은 이륙한 지 40분이 조금 지난 밤 11시3분경. 여객기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180km 떨어진 툴라 주 부찰키 마을 인근에 추락했다. 사건 전 여객기에서는 조종사의 구조신호를 포함해 어떤 무선 연락도 없었다. 주민들은 이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 공중 폭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1분 뒤인 11시4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나 도누 근처를 날고 있던 TU-154 여객기의 ‘위험 신호’가 접수됐다. 승무원에 대한 공격이나 조난을 당했을 때 발사하는 신호. 그러나 곧바로 연락이 끊긴 뒤 관제탑의 레이더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몇 시간 동안 이 비행기를 추적했으나 레이더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추락이 확인된 TU-134 사고 지점으로 구조대를 급파했다. 그러나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라진 TU-154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도 어둠과 비, 강풍 속에서 밤새 벌어졌다.

25일 오전 8시 로스토프 주의 글루보키 카멘스크 샤흐텐스크 마을 인근에서 TU-154기의 잔해와 몇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고 원인을 밝혀 줄 ‘블랙박스’도 회수됐다. 역시 생존자는 없었다. 수색대는 나머지 탑승자들의 시신과 남은 3개의 블랙박스를 찾고 있다. 비행기 잔해는 공중폭발 때문인 듯 사방 40∼50km에 흩어져 있었다.

사고 소식은 소치에서 휴가를 즐기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됐다. 푸틴 대통령은 체첸 반군의 테러로 숨진 아흐마드 카디로프 전 체첸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해 헌화한 뒤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즉각 연방보안부(FSB)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번 사건이 테러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 공항들은 일제히 보안검색을 강화해 비상사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TU-154에 탑승하지 않은 승객 6명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는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사고 원인과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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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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