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어열풍에 두려움까지 느꼈어요”

  • 입력 2004년 8월 16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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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국제청소년 영어경시대회’ 대학부 결선에서 한 참가자가 ‘스피드 퀴즈’를 풀기 위해 사회자가 제시한 단어를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 민병철어학연구소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국제청소년 영어경시대회’ 대학부 결선에서 한 참가자가 ‘스피드 퀴즈’를 풀기 위해 사회자가 제시한 단어를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 민병철어학연구소
“영어요? 중요하죠.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영어만 잘하는 게 아니에요. 영어는 세계로 나가는 ‘다리’일 뿐입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대학생 진징(金晶·20·여)은 중국 학생들의 영어 열풍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영어 공부가 재미있다”고 했다.

진씨는 8∼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청소년 영어 경시대회’ 자원봉사자. 중국 교육부 산하 교육국제교류센터가 주관한 이 대회에는 중국 각 성(省)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 128명이 참가했다. 한국과 일본 학생도 각 3명씩 참가했다.

영어에 대한 중국 학생들의 뚜렷한 목적의식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11일 베이징대 강당에서 열린 대학부 결선에 참가한 한 여학생은 ‘중국이 세계 문명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작은 연못에서 몸부림치던 중국이라는 물고기가 (영어와 세계화를 통해) 바다로 나가 헤엄치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목소리, 유창한 영어로 방청객들을 압도했다.

준결승에서 탈락해 방청석에 있던 중국 학생들은 주변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말을 거느라 분주했다. 8일 베이징 롄허(聯合)대에서 열린 민병철(閔丙哲) 박사의 영어학습법 강의가 끝나자 수십명의 학생이 민 박사에게 달려와 영어 대화를 신청하기도 했다. 민 박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어학교육연구소는 이번 대회를 중국측에 제안하고 후원했다. 민 박사는 “중국 학생들은 대부분 해외유학 경험이 없는데도 적극적이고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어 놀랍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김진아(金眞我·20·고려대 국제학부 3년)씨는 “중국의 영어열풍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베이징=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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