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사 장보고 中유적 답사 “해상왕 역사까지 왜곡”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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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해상왕 장보고 중국유적지 답사’에 참가한 초중고교 교사들이 장보고가 창건한 중국 산둥성 적산 법화원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제공 장보고기념사업회
‘2004, 해상왕 장보고 중국유적지 답사’에 참가한 초중고교 교사들이 장보고가 창건한 중국 산둥성 적산 법화원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제공 장보고기념사업회
중국 산둥(山東)성 룽청(榮成)시 스다오(石島)진에 위치한 적산 법화원(赤山 法華院). 1200여년 전 동아시아 일대 해상 무역로를 장악했던 장보고(張保皐)가 당나라에 창건한 절이다. 동아일보사와 재단법인 해상왕 장보고 기념사업회(이사장 김재철)가 공동 주최한 ‘2004, 해상왕 장보고 중국 유적지 답사’에 참가해 닷새의 여정 끝에 8일 오후 이곳에 도착한 초중고 교사 90여명은 역사적 자취를 직접 본다는 기대에 사뭇 들뜨기까지 했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 지역 ‘장보고 역사연구회’의 장샤(張峽·중국 향토사학자) 회장은 “장보고는 아버지가 스다오 출신이며 신라에 귀화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고구려사 왜곡도 모자라 장보고까지 아전인수하는 그 말에 교사들은 술렁댔다.

하지만 ‘항의’를 하지는 못했다. 절 한쪽의 ‘장보고 기념관’은 한 중국인 기업가가 34억원의 거금을 쾌척해 건립 중이고, 현재의 절 건물도 스러진 옛터에 1988년 중국측이 재건한 것이라니…. 1991년 한 대학 교수의 노력으로 장보고 기념탑이 세워진 게 전부인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대전 전민초등학교 이붕희 교사(41)는 “중국의 장보고 해석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전남 여수 소호초등학교 장영은 교사(29)는 “앞으로 우리가 장보고를 ‘우리 장보고’로 말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했다.

해군 충무공수련원의 ‘장보고 대사 연구원’인 고경석씨(41)는 “중국이 장보고를 자기 쪽에 연결시키려고 하지만 삼국사기 열전 등에 확실한 기록이 있는 만큼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참가자들을 달랬다. 대구 성화여고의 장순남 교사(47)는 “감성적 대응보다 좀 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체험했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됐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평가다. 전남 주암종합고 최주곤 교사(47)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세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장보고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다졌다”고 말했다.

4년째를 맞은 ‘장보고 답사’는 올해 6 대 1의 치열한 경쟁 속에 무작위 추첨으로 280명이 선정돼 그중 1, 2차 답사단이 각각 5박6일의 답사 일정을 마쳤다. 11일에는 마지막 3차 답사단이 장보고가 개척한 항로를 따라 중국 산둥반도로 향한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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