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엔화 안빌린다"…300억엔 규모 사무라이본드 발행 보류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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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올여름 중 일본 금융시장에서 엔화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을 포기해 최근 ‘축구전쟁’ 등으로 악화된 양국관계와 관련이 있는지 일본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국 모두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이 절실해 경제 교류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묘한 기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 “일본돈 안 쓰겠다”=중국 재정부는 300억엔(약 3000억원) 규모의 엔화표시 채권(일명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보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이 채권은 1994년 중국 정부가 발행한 10년짜리 사무라이본드의 만기가 지난달 말로 끝남에 따라 차환발행 성격으로 추진했던 것. 중국 정부는 채권이 발행되면 일본과 홍콩의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판매할 계획이었다.

일본 금융계는 센카쿠(尖閣)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양국관계가 나빠지자 일본에서의 자금 조달을 최대한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 6월 300억엔 규모의 엔화표시 채권(만기 5년)을 발행한 것을 끝으로 2001년 4월 고이즈미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는 채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섭섭한 일본, 맞대응 고심=중일 경제교류는 ‘정치는 냉랭해도 경제는 뜨겁다’는 뜻의 ‘정냉경열(政冷經熱)’ 원칙에 따라 진행돼 왔다.

양국 정부 모두 이 원칙을 존중해 정상들의 상호방문이 중단된 와중에도 경제인들의 왕래나 민간 차원의 투자는 활발히 이뤄졌다.

일본 경제계는 중국측의 채권발행 중단이 정경분리 원칙의 포기 또는 수정을 의미하는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치 문제가 경제에도 미묘한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최근 중국에서 반일감정이 고조됨에 따라 심각한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 고속철도 입찰에서 일본의 수주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도 네티즌들의 반일감정을 배경으로 정치논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2003년(올해 집행) 대중국 엔화차관을 전년보다 20% 삭감한 조치가 중국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쪽에서도 중국 진출에 열을 올려온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반일정서를 의식해 대중국 투자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아시안컵 축구경기 때 일본팀에 대한 야유가 특히 심했던 충칭(重慶) 지역의 일본 기업 관계자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중국 진출을 포기할 일본 기업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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