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축구팬들 집단 난동…日선수단에 돌 던지고 일장기 태워

  • 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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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축구 전쟁’은 끝내 건전한 스포츠정신을 벗어나 수준 이하의 자존심 대결 양상을 나타냈다.

경기에 진 중국의 일부 팬들은 일장기를 불태우는 등 극도의 반일(反日) 감정을 드러냈고, 일본의 유력 정치인은 중국 국민의 수준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회 기간 내내 중국인들이 보여준 반일 감정과 일본측의 반발은 양국 관계에 큰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중국 축구팀이 7일 밤 베이징(北京) 궁런(工人·노동자)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컵 결승에서 일본팀에 1-3으로 패하자 일부 과격한 축구팬들은 일장기를 불태우며 일본 선수단 및 응원단이 탄 버스에 물병 등을 던지는 등 난동을 벌였다.

중국 당국은 2만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불상사에 대비했으나 흥분한 군중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불길한 분위기는 경기 전부터 감돌았다.

‘중국은 반드시 이긴다(中國必勝)’ ‘일본상품을 배척하자(抵制日貨)’ ‘충성으로 국가에 보답하자(精忠保國)’ 등 스포츠와 관계없는 구호가 난무했다. 몇몇 학생은 손가락을 깨물어 ‘타도, 일본’이란 혈서를 썼다. 일본 국가가 연주될 때 대부분의 중국 관중은 앉은 채 휘파람을 불며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중국팀이 패하자 500여명이 일본 선수단을 태운 버스를 에워싸고 페트병과 망원경, 돌 등을 던지며 한동안 일본 선수들의 이동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경기장을 빠져 나오던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관 공사가 탄 승용차 뒤쪽 유리창이 깨져 일본대사관이 중국 외교부에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축구팬들은 8일 새벽 일본 선수단과 심판단이 각각 투숙한 창청(長城), 쿤룬(崑崙)호텔 및 일본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중국 국가를 부르면서 밤샘 시위를 벌였다.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과격했다.

상하이(上海)의 한 네티즌은 일본의 두 번째 골에 대한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심판과 일본 선수들이 절대 살아서 중국을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섬뜩한 글까지 올렸다.

언론매체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국영 CCTV는 8일 일본의 2번째 득점 장면을 되풀이 방영하면서 “심판의 오심이 일본을 도왔다”고 보도했으며 대부분의 언론은 관중 소란에 대한 언급은 없이 심판 판정 문제만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에 대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은 소동의 책임이 일본에 있고 역사 문제가 반일 감정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런 일방적 논리를 내세우는 한 반일의 불씨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역사 관련 망언을 자주해 물의를 빚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인의 민도(民度)가 낮아 어쩔 수 없다”면서 “곧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국가와 국민의 자질이 그런 정도라면 눈살을 찌푸릴 국가가 많을 것”이라고 말해 ‘혐중(嫌中)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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