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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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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슷한 ‘역사적 모델’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26일 “푸틴 대통령은 19세기 초 전제군주인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를 닮았다”고 보도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공병장교 출신인 니콜라이 1세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모두 강한 책임감과 결단력을 갖고 있다. 독일에 머물렀던 경험으로 ‘독일 병정’같이 엄격한 규율이 몸에 배어 있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니콜라이 1세가 형 알렉산드르 1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왕위에 올랐듯 푸틴 대통령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전격 하야로 크렘린을 차지했다.
저널은 니콜라이 1세가 진보적인 청년 귀족들인 ‘데카브리스트(12월당)’의 반란을 무력 진압하고 철권통치를 편 것처럼 푸틴 대통령도 언론 탄압에 이어 최대 정유사인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을 구속하는 등 법치와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사학자 니콜라이 랴자노프스키의 말을 인용해 “니콜라이 1세 때문에 러시아가 서유럽보다 30년 이상 뒤졌다”며 푸틴도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17세기 러시아 서구화를 주도한 계몽군주 표트르 대제와 자주 비교됐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그에게 ‘표트르 푸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언론인 키릴 카멘스키는 “서방 학자들이 얄팍한 역사적 분석으로 러시아의 현실을 왜곡하려 한다”며 “과거와 현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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