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이트 金씨 살해장면 공개에 시민들 경악

  • 입력 2004년 6월 24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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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직원들이 24일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 살해된 김선일씨의 피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연합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직원들이 24일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 살해된 김선일씨의 피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연합
‘이라크인 전체와 일부 테러리스트를 혼동하지 맙시다.’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인한 시민과 네티즌들의 충격이 24일 김씨가 참수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이라크인에 대한 분노로 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AP텔레비전뉴스(APTN)로 배달된 김씨의 생전 인터뷰 동영상도 이날 국내 지상파 방송3사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추가파병 찬반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이라크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이라크에 대한 분노는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인 감정 표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영상 공개=24일 오전 8시경(한국시간) 잔혹 엽기를 다루는 미국사이트의 ‘미러링사이트’(mirroring site·해킹 등으로 인한 자료훼손 방지를 위해 데이터 백업 및 이중 보관용으로 만든 별도의 관련 사이트) 3곳을 통해 약 4분과 5분짜리 참수 동영상 2개가 공개됐다.

현재 이 사이트들은 정보통신부의 제재로 접근이 차단돼 있으나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 동영상을 내려받아 파일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사이트가 22일부터 ‘김선일씨 살해 장면을 구합니다’는 광고를 내건 점으로 미뤄 이라크 무장단체가 고의로 동영상을 유포했거나, 이 사이트 회사가 다른 이슬람권 사이트를 통해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납치범들이 “알라는 위대하다”고 말한 뒤 한 무장괴한이 김씨를 살해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너무 잔혹하다. 보다가 울고 말았다’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파병 논란 가열=‘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은 24일에도 김씨를 추모하고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서울 세종로 교보문고 앞에서 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이재권씨(58)는 “이라크인들이 반대하는 전쟁에 왜 우리가 뛰어들어 그들과 앙숙이 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회사원 박호정씨(25·여)는 “이번 사태로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테러에 굴복하는 것일 뿐”이라며 “예정대로 파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저지시민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들은 김씨의 죽음은 애도하되 파병은 예정대로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이성적으로”=주부 박성희씨(5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참수 동영상이 극단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며 “그러나 최대한 분노를 자제하고 일반 이라크인과 테러리스트들을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동영상을 보지 말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제발 우리 한국인이라도 동영상을 보지 맙시다. 김선일 님이 또 살해당하는 겁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손에 들어온다 해도 삭제하고 보지 맙시다’는 등의 글이 이어졌다.

김호기(金晧起·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동영상이 반(反)이라크 정서를 촉발하고 파병에 대한 논란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부나 시민단체, 네티즌들은 불필요한 감정표출이나 자극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원택(康元澤·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파병 찬반을 떠나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봐야 한다”며 “특히 이라크에 대한 반감과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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