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경멸해요” …클린턴회고록 ‘열풍과 역풍’

  • 입력 2004년 6월 2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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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이 출판계의 대박을 넘어 정치적인 ‘클린턴 바람’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공화당 진영이 반(反)클린턴 여론 조성에 나선 것도 이 때문.

워싱턴 정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책이 만들어내고 있는 바람과 공화당의 ‘역풍(逆風) 만들기’가 올해 미국 대선에 어떻게 투영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린턴 바람’과 역풍=“중간은 없다. 둘 중 하나다. 그를 사랑하거나 경멸하거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서전 출판을 앞두고 뉴욕 타임스는 그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뉴욕 타임스의 평가처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극명하게 대조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신간 출간에 열광하는 ‘클린턴 팬’들이 있는가 하면 보수진영에서는 책 제목을 ‘나의 인생(My Life)’이 아닌 ‘나의 거짓말(My Lie)’로 붙여야 한다며 반클린턴 바람 몰이에 나서고 있다.

어쨌든 바람은 거세다. 미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 앤드 노블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22일 발매 첫날에만 9만∼10만권이 팔려나가 창사 이래 비소설로서는 최다 1일 판매량을 기록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될 징조다.

보수 성향의 로비 단체인 ‘단합된 시민들(Citizens United)’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일 책 홍보를 위해 CBS방송의 ‘60 Minutes’에 출연하자 바로 이 프로그램의 광고 시간대에 그를 비난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변지라고도 불리는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프레드 반스 편집이사도 지면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도덕성도 자제력도 없는 캘빈 쿨리지(정책면에서 별다른 업적을 세우지 못했지만 당시 경제호황 등으로 인기를 누렸던 미 30대 대통령)”라고 일격을 날렸다.

▽대선으로 이어질까=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지금 워싱턴은 ‘클린턴 바람’이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다.

일단 그의 인기가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 진영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의외로 적잖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될수록 공화당 진영이 ‘당시 민주당 행정부가 테러 방지 노력을 소홀히 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야기시켰다’고 비난할 수 있는 소재를 줄 뿐이라는 것이다.

케리 후보 진영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책 출간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대선을 앞둔 워싱턴의 이번 여름이 바로 길고 뜨거운 ‘클린턴 서머(Clinton Summer)’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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