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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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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했던 윤광웅(尹光雄) 대통령국방보좌관은 “인질의 생명을 구하는 문제가 최우선과제인 만큼 구출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파병 문제는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파병 문제와 이번 납치사건을 연계해서 대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최근 들어 파병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올해 2월 국회에서 파병동의안이 통과된 지 4개월이 지났다. 더 이상 파병을 미루면 한미간 동맹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한미간에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해 국익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파병을 결정한 만큼 돌발적인 사고로 인해 그 같은 방침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파병 계획을 강행하겠다’거나 ‘파병 취소 요구에 굴하지 않겠다’는 식의 공세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최대한 피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파병을 해도 아랍권이나 이라크에 적대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지원에 진력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신중하게 언급했다.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 역시 브리핑에서 “우리의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의 재건과 지원을 위한 것으로 이러한 기본정신과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이처럼 정부가 파병 방침 불변 입장을 밝히면서도 ‘재건지원 목적’을 강조하며 신중한 대응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그만큼 청와대와 정부의 곤혹스러움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납치사건은 겨우 사그라지는 듯했던 국내 시민단체 등의 파병 반대 주장에 기름을 끼얹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조차 파병 반대론이 제기됐으나 어렵사리 설득해 파병 방침을 최종 확정했던 것이 불과 사흘 전인 18일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만일 김씨가 살해당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재건지원’이라는 파병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도 향후 사태의 전개양상에 따라 파병에 관한 여론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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