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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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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처형은 모두 파병국=피랍된 외국인 중 5명이 살해됐다. 공개 처형된 외국인은 미국인과 이탈리아인 등 모두 파병국 출신.
첫 번째 희생자는 이탈리아인 파브리지오 쿠아트로치. 4월 중순 ‘녹색여단’이라고 밝힌 무장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탈리아 총리가 이탈리아군 철수 요구를 거절해 인질을 죽였다”고 밝혔다. 알 자지라 TV는 녹색여단의 살해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받았지만 처형장면이 너무 끔찍해 방영하지 않았다.
미국인 통신기기 자영업자인 니컬러스 버그는 5월 11일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에 의해 공개 참수되는 장면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납치범들이 밝힌 처형 이유는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 있는 수감자들과 인질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미국 정부가 거절했다”는 것.
▽납치단체에 따라 희비 엇갈려=석방된 44명의 외국인은 파병국 22명과 비 파병국 22명으로 똑같다. 국별로 보면 비 파병국이 11개국으로 파병국보다 5개국 많다.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추종하는 민병대 ‘메흐디군’에 의해 납치됐던 외국인은 모두 풀려났다.
4월 7일 이라크 나시리야에서 ‘메흐디군’에 붙잡힌 지구촌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과 가나무역 직원 박모씨 등 2명은 14시간 만에 석방됐다.
5월 21일 스페인 국영라디오 방송의 이라크 특파원 프란 세비야도 나자프에서 메흐디군에 납치됐지만 4시간 만에 풀려났다.
▽구출되거나 탈출한 경우도 있어=4월 9일 이라크 저항세력에 납치된 미국인 토머스 하밀은 억류 중 탈출, 순찰 중이던 미군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또 1일 바그다드 인근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된 폴란드 제딘카 건설 소속 근로자 2명 가운데 1명도 극적으로 탈출했다.
연합군에 의해 구출된 경우도 있다. 1일 납치된 폴란드인 예르지 코스는 1주일 뒤인 8일 연합군에 의해 구출됐으며 4월 12일 납치된 이탈리아 인질 3명도 이날 함께 구출됐다.
▽석방 인질 거의 없어=이라크에서 외국인 납치 및 협박 전술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4월 7일 일본인 3명 피랍사건 이후. 당시 ‘무자헤딘 여단’이란 무장단체는 일본인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3일 내 일본 자위대 철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질을 태워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석방의 조건으로 철군을 요구한 첫 사례다. 다행히 일본 인질들은 일본 정부의 신속한 막후 협상으로 무사히 풀려났다.
하지만 5월 11일 버그씨가 공개 참수된 이후 외국인에 대한 납치 및 살해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날 이후 석방된 외국인 인질은 파병을 철회한 스페인 언론인이 유일하다. 이는 버그씨의 끔찍한 참수장면이 세상에 그대로 공개되자 일종의 ‘도덕적 금기’가 깨지면서 무장단체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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