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美 “日人 피랍때보다 상황 급박”

  • 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44분


김선일씨 피랍사건이 발생하자 주요 외신들은 그가 절규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자세한 속보를 인터넷과 방송으로 전했다. 피랍사건이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알려졌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미 언론은 이번 사건이 한국군의 추가파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워싱턴 분위기=미 국무부 관계자는 “아직 사실을 확인 중이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이라크 현지의 미군이 언급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18일 이라크 추가파병을 최종 확정하자 “의미 있는 기여에 감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던 미 국무부는 21일 김씨 피랍사건 대책회의를 열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김씨 피랍 사건이 알려진 20일 오후 미 국무부, 국방부, 국가안보위원회(NSC) 관계자들과 다각도로 접촉하면서 상황 파악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한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 관계자들도 언론 보도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한 게 없는 상태여서 현지 미군 관계자들과 연락해 관련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우리측에 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납치범들이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면서 시한을 불과 24시간으로 제한했다”며 “4월 발생한 일본인 납치 때와 달리 대단히 급박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외신 반응=CNN, FOX 등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 방송은 뉴스 시간마다 김씨 피랍사건을 반복해 보도하면서 이 사건이 한국의 추가파병 계획 발표 직후에 나온 점에 주목했다.

CNN에 출연한 테러 분석가 피터 버거는 “스페인 열차 테러 후 스페인 등 일부 동맹국이 이라크 병력을 철수시켰다”며 “납치범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서 불안한 상황을 조성해 한국에 철수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는 납치범들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추가파병 입장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번 사건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미국을 향한 이라크 추가파병 약속과 이라크 포로수용소 학대사건으로 불거진 파병 반대 여론의 틈바구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한국에는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심각한 반대가 있다”며 추가파병 반대가 57.5%이고, 찬성이 40%라는 국내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 내용을 소개했다.

CNN은 “납치자들은 5월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26)를 참수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외국인들을 납치 공격해 현지에 불안한 상황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번 사건이 파병반대 목소리를 고조시켜 노 대통령의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NHK방송은 이라크 무장세력이 김씨를 위협하는 모습이 담긴 알 자지라 방송의 화면을 되풀이해서 내보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알 자지라 방송을 인용해 한국인 납치 소식을 별다른 논평 없이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인 CNN은 21일 한국인 김선일씨 피랍사건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뉴스전문채널인 CNN은 알 자지라가 단독 보도한 방송 화면을 그대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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