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테러단체 “한국 철군 안하면 인질 참수”

  • 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25분


이라크 무장단체가 미군부대에 식자재 등을 납품하는 한국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34)를 납치해 한국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라는 무장단체는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보낸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한국군 서희·제마부대 철수와 추가 파병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4시간 내에 김씨를 참수하겠다고 경고했다.

알 자지라 방송은 20일 밤(한국시간 21일 새벽) “제발 여기에서 철수하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는 김씨의 모습을 방영했다. 알 자지라는 이 비디오테이프가 발송인이 표시되지 않은 채 바그다드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피랍, 파병 재쟁점화(POLL)

2분 길이의 테이프에서 김씨는 선 채로 팔을 휘저으며 “내 목숨은 중요하다”고 외쳤고 이어 무릎 꿇은 김씨 뒤에 복면을 한 테러범 3명이 “우리 땅에서 부대를 철수하고 추가 병력을 보내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그의 머리를 보내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테러범들은 다음 일몰(현지시간) 때까지 24시간의 시한을 제시했다. 한국과 이라크의 시차가 6시간이기 때문에 한국시간으로는 22일 새벽이 김씨의 생사에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무장단체는 5월 이라크에서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를 참수하는 등 여러 건의 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이라크인 직원 3명을 팔루자에 보내 6차례 정도 석방 교섭을 했으며 ‘김씨가 안전하게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김씨는 유럽인 기자와 경호업체 직원 등 다른 인질 10여명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7일 김씨가 바그다드에서 200km 떨어진 미군 리브지 캠프에 출장갔다가 돌아오지 않아 확인한 결과 동행했던 이라크인 직원 1명과 함께 납치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그다드 시내 알 세나 거리의 개인주택 2채를 임차해 사용 중인 가나무역은 알 자지라의 방송 직후 한국인 직원들을 인근 호텔로 피신시킨 뒤 무장한 이라크인 경비원들을 동원해 사무실에 머물고 있는 이라크인, 인도인, 필리핀인 직원들을 경호하고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바그다드=외신 종합 연합


한국인 김선일씨를 인질로 잡은 이라크 무장단체가 20일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보낸 비디오 화면. 인질범들은 김씨의 뒤에 서서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추가 파병을 철회하지 않으면 김씨의 머리를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보내겠다’는 내용의 경고 성명을 읽었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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