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아마7단 홍맑은샘-윤춘호 日프로입단 ‘초읽기’ 돌입

  • 입력 2004년 6월 20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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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상급의 아마추어 기사 홍맑은샘 7단(왼쪽)과 윤춘호 7단. 일본 프로 입단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내 정상급의 아마추어 기사 홍맑은샘 7단(왼쪽)과 윤춘호 7단. 일본 프로 입단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내 정상급 아마추어 기사인 홍맑은샘 7단(23)과 윤춘호 7단(23)의 일본 프로 입단이 가시화되고 있어 한국 바둑계에 파문이 예상된다. 이들이 일본기원으로 가려는 이유가 한국 프로 입단의 장벽이 높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홍 7단은 “일본기원이 허락하면 8월부터 4개월간 열리는 입단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며 “일본기원은 한국의 실력 있는 아마추어들이 몰려올까 걱정하지만 우리에 대해서는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대회 참가를 허락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기사로 활동하던 20대 기사가 일본 프로 입단을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재 일본프로 바둑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국적의 기사들은 조치훈 조선진 류시훈 9단이 있으나 이들은 소년시절 일본 프로기사의 내제자로 공부한 뒤 자연스럽게 현지 기원에 입단한 경우여서 홍 7단 등의 경우와는 다르다.

홍 7단은 아마 국수전에서 2회 우승했으며 윤 7단은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으로 입단대회에 계속 참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프로기사로 활약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실력인데도 불운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일본기원은 자국 프로 기사의 추천을 받은 외국인에게 대회 출전을 허용하고 있으며 대만과 중국에서 아마추어로 활약하다가 일본에서 입단한 기사도 10여명 있다. 홍 7단 등은 일본 아마 기사인 기쿠치 8단의 바둑 도장에서 사범 역할을 하며 입단대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한국 바둑계에서는 이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일본 입단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로기사인 최규병 9단은 “일본 입단대회 참가자들의 수준은 홍 7단 등 국내 정상급 아마기사에게 정선 또는 두 점을 놓아야할 만큼 실력이 뒤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바둑계는 홍 7단 등의 일본 입단 추진에 대해 한국 입단의 문호가 좁은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매년 여성 1명을 포함해 8명의 입단을 허용하며, 한국기원 연구생을 포함해 매년 120여명이 입단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로기사인 김승준 8단은 “프로 기사에게 50%의 승률을 거두지 못하면 입단하기 힘들다고 할 만큼 프로 수준의 연구생이 많다”며 “이들이 입단을 못해 딴 길로 가는 것은 바둑계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화재배 준우승 등 돋보이는 실력을 보이는 프로기사 박영훈 5단도 9번 도전 끝에 입단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바둑계에서는 단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을 폐지하는 등 프로 바둑계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단 수당이 한국기원의 재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어서 프로기사의 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 9단은 “입단 제도 개선은 단 수당 폐지나 랭킹제 도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프로와 아마 기사가 함께 참가하는 기전의 창설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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