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앞날에 먹구름…유럽의회 선거 각국 집권당 패배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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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막을 내린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연합(EU) 25개국의 집권당 대부분이 고배를 들었다. 향후 정국 운영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이다.

유럽의회 선거는 각국 현안을 다루지는 않지만 유권자의 지지 성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다.

▽집권당 패배, 정치 불만 표출=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3강’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집권당이 패배했다.

독일에서는 야당인 기민당 연합이 44.5%(49석)의 지지율을 얻은 반면 집권 사민당은 21.5%의 지지율(2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사민당 지지율은 1999년에 비해 10%포인트 줄었다.

프랑스에서도 제1야당인 사회당이 지지율 28.9%로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을 눌렀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최근의 경기침체와 실업 증가가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

영국에서도 보수당(지지율 27.4%·27석)과 영국독립당(16.8%·12석) 등 야당이 집권 노동당(22.3%·17석)을 압도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여론이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일격’을 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라크에 파병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폴란드 등에서도 야당이 승리했다.

반면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며 3월 총선에서 집권한 스페인 사회노동당은 43.7%(25석)의 지지율로 야당인 국민당(40.8%·23석)을 따돌렸다.

▽유럽 통합 위기=가장 큰 ‘이변’은 유럽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영국 독립당이 제3당으로 뛰어오르며 노동당과 보수당의 양당 체제에 위협을 가한 점.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과 맞물려 ‘현재 진행형’인 유럽통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투표율이 45.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EU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더구나 새로 회원국이 된 동유럽 10개국의 평균 투표율은 28.7%에 불과했다.

▽중도우파 강세=전체 732석 중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유럽민주주의자 그룹(PPE-DE)이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개표결과 274석으로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 중도좌파인 유럽사회주의자 그룹(PSE)은 200석으로 순위에서는 변동이 없었다.

유권자들은 자기 나라의 기존 정당 후보자에게 투표하지만 선출된 의원들은 정치노선에 따라 별도의 정치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게 된다. PPE-DE에는 영국 보수당, 독일 기민당 연합, 프랑스 UMP 등이 속해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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