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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8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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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이라크와 시리아의 접경 지역인 후사이바의 한 도로.
건물 벽 곳곳에 ‘미군을 전멸시키자’는 저항세력의 전단지가 붙어 있다.
미 해병대의 무어 중위(27)는 순찰을 돌 때마다 전단지를 갈아 치우는 게 주된 임무. 이날도 수첩을 찢어 ‘미 해병대는 후사이바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라는 문구를 적어 다시 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 전한 후사이바의 모습니다. 이 신문은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 학대 사건 이후 미군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축구공과 전단지를 나눠주는 등 민심잡기에 나섰다”며 “최근에는 저항세력과 교전 대신 ‘전단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사이바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미 해병대는 지난달 27일부터 아랍어 번역사를 고용해 미국에 우호적인 아랍어 전단지를 만들고 있다. 눈에 띄는 즉시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영어 전단지보다 아랍어 전단지가 이라크인들에게 반응이 훨씬 좋기 때문.
이라크 어린이에게는 축구공, 치약, 우유 등을 나눠주고 있다. 물품을 나눠 줄 때는 웃는 얼굴로 간단한 아랍어 인사말을 건네기도 한다.
해병대는 또 15만달러(약 1억7400만원)를 들여 600여명의 이라크인 청소부를 고용했다. 고용을 통해 미군의 이미지를 높이고, 길거리 폭탄까지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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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마리족 대통령 임명등 ‘구애작전’▼
미국은 이라크 통치를 위해 시아파, 쿠르드족, 망명인사 등에 차례로 기대를 걸었다가 시행착오로 판명되자 결국 수백년 된 부족(部族)체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주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의 요구에 굴복해 최대 부족 중 하나인 샤마리족 지도자 가지 알 야와르를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미국은 이와 함께 영향력 있는 부족 지도자들을 최근 팔루자 경찰청장, 바그다드 시장 등에 임명하는 조치를 취했다.
샤마리족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인접국에까지 퍼져 있는 걸프지역 최대 부족으로 시아파, 수니파, 아랍인, 쿠르드족과 영세 농민, 사업가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과시하고 있다.
국가 기능이 약화되고 종교 및 종족 지도자들이 다투는 상황에서는 부족이 사회를 통합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것. 이라크인들은 부족에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과거 이라크를 통치했던 오스만튀르크, 영국,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바트당도 모두 부족장들을 이용했다. 부족을 탄압했던 후세인도 걸프전 패전 후에는 부족장들에게 일부 치안업무와 공공업무를 맡겨 혼란을 잠재웠다.
물론 부족장들은 제한된 영향력밖에 없어 영구적인 통치체제 확립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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