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미관계 이상없다" 정부 입장과 정면 배치

  • 입력 2004년 6월 4일 07시 05분


일본이 최근 한미동맹의 약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한국에 전해온 것은 일본도 이런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입장에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두 중심축을 이루는 것이 최상의 상황”이라며 “한미동맹의 균열이나 약화는 미일동맹의 부담을 증대시키고, 일본 국내 정치에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우려=일본은 한미동맹의 약화가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 따른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협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한미동맹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 인식이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참여정부 출범 전부터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명해왔으나, 최근 그 우려의 정도가 상당히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주일미군이 미국의 아시아 사령부 역할을 하게 될 경우 미일 안보조약의 범위 초과나 미군기지 주변 주민 반발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일본 총리는 1998년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을 과장해 일본에 경고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 후 누려 왔던 (일본 내) 자신의 특권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일본은 미일동맹이 중국을 위협할 정도로 강화되는 것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태지역 미군 중심지는 일본=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31일 “미일 양국은 미국 워싱턴주의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는 주일미군 자마(座間)기지로 옮긴다는 방침을 사실상 굳혔다”고 보도했다.

이곳의 사령관에 육군 대장이 임명되면 주한미군은 이 사령부의 지휘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아태지역 미군은 한미연합사령관(육군 대장)과 미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 지휘 체제로 운영돼왔다.

한국의 안보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사령부의 핵심 기능이 일본으로 옮겨가고, 그에 따라 미 지상군 감축이 대규모로 이뤄지면 대북억지력에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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