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中대사관, 여야 의원들에 “대만총통 취임식 참석말라”

  • 입력 2004년 6월 2일 2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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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천수이볜 총통 취임식에 의원들이 참가하지 말라고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보낸 협조 공문.
대만 천수이볜 총통 취임식에 의원들이 참가하지 말라고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보낸 협조 공문.
주한 중국대사관이 지난달 20일 열린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취임식에 참석했던 여야 의원들과 당 지도부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 달라”며 불참을 요구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의 정치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

중국대사관측은 2일 “취임식에 참석한 한국 의원들이야말로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이라며 한발 더 나간 반면, 한국 정부는 “정부 차원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의 정부 교류를 억제해 왔다”며 사실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야권 일각에선 “현 정부의 탈미친중(脫美親中) 정책에 따른 대(對)중국 저자세 외교가 중국의 이런 오만함을 키웠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대사관 리루이펑(李瑞峰·3등서기관) 공보관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보통 시민이 대만에 관광 가는 것이라면 말리지 않는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국 수교의 기초인 만큼, 한국 정치인도 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 공보관은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 문제와 관련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수교한 모든 나라에 같은 입장을 전했다”며 “한국 정치인의 이번 취임식 참석은 중국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인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만과도 실질적 경제협력 관계를 가져왔고, 이런 (정경) 분리가 정부의 입장”이라며 “개별 정치인에 대한 중국대사관 조치에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취임식에 참석했던 민주당 장성민(張誠珉) 전 의원은 “한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개인적 외교행위까지 막고 나서는 중국대사관의 대담함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중국의 이런 태도는 참여정부의 탈미친중 정책이 낳은 부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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