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CEO 과도한 연봉 논란

  • 입력 2004년 5월 24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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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선진국 기업들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과도한 연봉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연봉이 최근 5년간 168%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CEO들이 '몸값'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전직 CEO로부터 천문학적 수준의 연봉을 환급받기 위한 소송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잇따르는 CEO 연봉의 적정성 논란은 주주들의 감시와 기업 내부의 시스템 등 문제까지 제기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렇게 많이 받을 자격 있나"=영국의 기업급여 컨설팅업체인 IRS 등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00개 기업 CEO들의 연봉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22%씩 높아졌다.

이들이 연금을 제외하고 인센티브와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작년에 받은 연봉은 260만 파운드에 이른다. 최고경영자의 25%는 다음 서열에 있는 2인자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연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자 파이낸셜뉴스는 "CEO들은 기업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CEO들의 과다 연봉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벌어지는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연봉을 챙겼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투명성 부족이 과다한 연봉 지급을 가능케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급여 체계, 장기 인센티브와 연금 등 세부적 옵션을 열거하도록 강제하지 않은 정부 등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라소 소송'에 쏠리는 눈=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문제가 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31일자 타임지(紙)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CEO 연봉은 2002년 11.4% 증가한 데 이어 작년에는 27% 늘어났다. CEO들은 직원들이 평균 1달러를 받을 때 301달러를 받는 등 평사원과의 격차도 더 벌어지고 있다. 1982년만 해도 이 격차는 1달러 대 42달러에 그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리처드 그라소 전 회장을 상대로 한 급여 환급 소송은 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라소 전 회장은 2억 달러에 이르는 연봉으로 구설수에 올라 작년 불명예 퇴진한 인물.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그를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그라소 전 회장은 "증권거래소가 오히려 나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맞대응할 태세여서 월가(街)의 관심은 벌써부터 소송 결과에 쏠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재무 담당자인 필 안젤리즈는 "과도한 연봉은 자유기업 제도의 근본을 훼손시킨다"며 "이를 감시하려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CEO는 직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富)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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