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냉정과 열정 사이’ 공동저자 쓰지와 에쿠니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04분


쓰지 히토나리(왼쪽)와 에쿠니 가오리. 쓰지는 “자라면서 만난 멋진 내 친구들이 널따란 대지가 돼 있다. 나는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보며 커가는 나무다”라고 말했다. 에쿠니는 “버터로 만든 분홍장미가 올려진 케이크를 좋아한다. 반짝이는 목욕물도 좋아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 아사히신문
쓰지 히토나리(왼쪽)와 에쿠니 가오리. 쓰지는 “자라면서 만난 멋진 내 친구들이 널따란 대지가 돼 있다. 나는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보며 커가는 나무다”라고 말했다. 에쿠니는 “버터로 만든 분홍장미가 올려진 케이크를 좋아한다. 반짝이는 목욕물도 좋아한다”고 말했다.-사진제공 아사히신문
일본에서 200만부, 국내에서 100만부가 팔려나간 일본 작가 쓰지 히토나리(십仁成·45)와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40·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는 두 남녀 작가가 각각 준세이와 아오이라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나눠 쓴 이중주다. 이 소설을 쓴 것을 계기로 두 작가가 실제 나눈 편지들을 모은 서간집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이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최근 출간됐다.

현재 일본에서는 월간지 ‘스바루’에 쓰지가 소설 ‘오른쪽 언덕(右岸)’을, 에쿠니가 ‘왼쪽 언덕(左岸)’을 다시 공동 연재하고 있다. 사랑과 실연의 변주곡이 릴레이식 이중주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인터넷에 두 작가의 팬 사이트가 만들어지는 등 고정독자층이 형성됐지만 정작 두 사람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쓰지는 ‘해협의 빛’으로 일본 본격문학의 신경향을 알리는 아쿠타가와상(1997년)을, 에쿠니는 최근 국내서도 출간된 단편집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일본 대중문학의 향방을 알려주는 나오키상(2003년)을 받았다.

쓰지는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인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세 번째로 결혼해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살고 있다. 올 1월 아들을 얻었으며 ‘주토(十斗)’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나카야마는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꼭 갖고 싶었다”고 기뻐했지만 쓰지는 “이번에는 출산-별거-이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가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들이 시끄러워 창작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쓰지는 대학을 중퇴했으며 81년 록밴드 ‘에코스’를 결성해 10년간 이끌었다. 뮤지션들을 소재로 한 소설을 많이 썼으며 데뷔작은 89년에 쓴 ‘피아니시모’. 99년에는 영화 ‘천년여행인’으로 감독으로도 데뷔했다. 음악 영화활동을 할 때는 쓰지 진세이라는 이름을 쓴다.

에쿠니는 아버지가 수필가인 에쿠니 시게루(작고)이며 미국 델라웨어대를 졸업했다.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을 받아 성가를 더했다. 이 상은 세계 최초의 연애소설이라고 알려지고 있는 11세기 초 일본문학 ‘겐지 모노가타리’의 저자 이름을 딴 것.

에쿠니는 글을 쓸 때 담배를 많이 피우며 컴퓨터를 신뢰하지 않아 샤프펜슬로 원고지에 쓴다. 글을 첨가할 때는 원고지를 잘라 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 제목에는 세련되고 산뜻한 것이 많으며 ‘수박 향기’ ‘제비꽃의 설탕 절임’ ‘비단 과자’ ‘어두운 저녁 강의 석류’ ‘웨하스 의자’ 등 미각적인 제목이 많다.

그녀는 연애소설과 동화를 번갈아가며 쓴다. 그녀 속에는 ‘열다섯 살 소녀가 살아 숨 쉰다’는 평이다.

에쿠니는 “소녀 적에는 거짓말쟁이였다. 여동생이 연예인 사인을 받아달라고 조르면 내가 몰래 사인하고선 진짜처럼 내밀곤 했다”고 말했다.

소녀시절에는 세계사 책을 읽다가 파리나 런던 포츠담에서 이뤄지는 비현실적인 연애를 상상하곤 했다고 한다.

사랑과 실연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는 그녀는 “잃어버린 사랑은 재생 불가능하다. 그저 실연한 두 연인의 빛났던 시절에 대해 명복을 빌 뿐”이라고 말한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