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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0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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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독립 색채를 상당히 약화시킨 내용의 취임 연설을 했으나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해 앞으로 중국과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야당은 이날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천 총통의 취임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독립 색채 희석시킨 취임사=천 총통은 이날 11대 총통 취임사에서 헌법 개정을 추진해 2008년 임기 만료 전 새 헌법을 제정하겠지만 “국가주권, 영토, 통독(統獨·통일 또는 독립) 의제는 헌법 개정 범위에 넣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의제에 대한 대만사회 절대 다수의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며 “헌법 개정에는 삼권분립, 의회개혁, 국민투표 삽입 등이 포함되며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헌정개혁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총통은 ‘국민투표를 통한 새 헌법 제정’ 공약을 ‘개헌’으로 수정하고 영토와 독립 문제는 개헌 범위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중국과 미국의 반발을 의식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버리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과 국제적 고립을 계속 획책한다면 대만의 민심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중국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 독립 추진 의사를 접지 않았다.
특히 “2000년 취임사에서 밝힌 ‘5개 NO(독립 불선포, 국호 불변경 등) 원칙’은 앞으로 4년 동안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항의집회=취임식장에 모인 야당 지지자들은 ‘민주의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는 검은 우산을 받쳐 들고 ‘진상이 없다면 총통도 없다’고 쓰인 검은 풍선을 하늘에 띄웠다.
19일 합당에 합의한 국민-친민 야당연합은 대규모 집회를 갖고 총격사건과 선거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대만 당국은 19일 총통부 건물 앞에서 폭발장치가 발견되고 범죄조직이 취임식을 방해할 것이라는 정보에 따라 2만명의 군경을 동원해 철통 경비를 폈다. 천 총통은 방탄복을 입고 방탄유리가 설치된 연단에서 취임 연설을 했다.
▽중국 반응=중국은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는 내용의 비난 기사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내보내는 한편 군에 비상령을 내렸다.
중국 언론들은 17일 당중앙 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공동명의로 발표한 “대만은 낭떠러지에서 말고삐를 당기거나, 불장난을 하다가 타죽는(懸崖勒馬, 玩火自焚) 두 가지 길밖에 없다”는 경고 성명을 반복 게재했다.
이에 대해 중국 주재 대만 기업인들은 “천 총통의 취임사를 중국이 믿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난징(南京)군구 장병들의 휴가를 취소하는 등 3급 비상사태를 하달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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