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 큰 걱정 안 해도 되려면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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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1개 여단의 이라크 차출로 인해 촉발된 안보불안감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느낌이다. 엊그제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비무장지대 미군의 역할에 대해 “인계철선 기능 외에는 아무 역할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차출에 이어 미군의 추가 감축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말이다.

반면 정부와 집권측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해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엊그제 당정협의를 가진 뒤 “대북 억지력에 별 영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정부는 주한미군 재조정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을 그대로 믿기에는 최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미군 감축은 한국의 안보대비 태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중대 사안이다. 이런 일에 대해 그동안 제대로 된 설명 한 번 없다가 문제가 가시화된 뒤에야 ‘안보 불안은 없다’고 강조하는 것이 정부의 온당한 자세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라 안팎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말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정부가 구체적인 복안을 내놓을 때 가능하다. 당장 급한 것은 현실로 다가온 미군 감축에 따른 안보 공백을 메우는 대책이다. 주한미군이 전력강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미군이 떠난 자리를 대신할 한국군의 전력강화 과제와는 별개 문제다. 그렇다고 빠듯한 나라살림에서 무작정 ‘자주국방’ 예산을 늘릴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에 대비하는 것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주한미군이 지역기동군으로 변신을 꾀한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정부가 단기대책과 함께 환경 변화에 따른 중장기 전략을 밝힐 때 국민의 불안감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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