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엇갈리는 美의 설명

  • 입력 2004년 5월 19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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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의 추가 병력 수요에 따른 조치다."(울포위츠 부장관)

"이라크 상황과는 상관없는 일이다."(키미트 준장)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배경에 대한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과 이라크 주둔 미군 주도 연합군 대변인 마크 키미트 준장의 말이 다르다.

키미트 준장은 1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연합군 임시행정처(CPA) 브리핑에서 "주한미군에 관련된 결정은 이라크의 전술적 상황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울포위츠 부장관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이라크 정책 청문회에 출석해 "이라크에 1개 여단이 추가로 필요했으며 사실상 주한미군 2사단 제2여단이 거기에 이상적으로 적합한 부대였다"며 키미트 준장의 말을 뒤집었다.

이들은 모두 이라크 주둔 미군의 병력 운영 현황 및 계획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는 인물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겉으로 드러난 문장만 보면 둘의 말은 달라 보인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는 오래전부터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미트 준장의 설명은 이라크 저항세력에 밀리고 있는 현실을 감추고 싶은 현장의 목소리에 가깝다. 그는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해 "무리를 지닌 '거리의 깡패' 일뿐 연합군에 군사적 위협이 안 된다"며 미군이 코너에 몰린 것을 숨겼다.

하지만 키미트 준장은 이어 "주한미군 문제는 우리와 한국이 오랫동안 논의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이미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육성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또 "한국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충분한 나라"라면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여러 차례 우리가 전 세계에 걸쳐 적절한 군사 배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은 군인이 내뱉은 말이다.

이는 "주한미군 일부의 이라크 차출은 전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을 바탕으로 미군의 한국근무 교대기간 단축 결정과 이라크 주둔 미군 증강 필요성이 맞아떨어진 것"이란 울포위츠 부장관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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