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출신 총리 보이콧"에 白旗

  • 입력 2004년 5월 19일 0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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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정치 명문가의 맥을 잇는 첫 외국인 여성 총리 후보로 떠오른 인도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당수가 18일 총리 직을 고사하겠다는 충격 선언을 해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11개 정당 연합체이자 이전의 집권 연정이었던 전국민주연합(NDA)이 간디 당수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데 이어 이날 압둘 칼람 대통령이 간디 당수 총리 지명을 유보하자 나온 대응이다.

간디 당수의 입장 표명은 신변 안전을 염려하는 가족들의 취임 반대 의사를 수용한 데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는 총리 지명을 유보한 대통령의 조치에 맞서 지지 여론을 등에 업은 승부수라는 시각도 있다. 총리직 고사에 강력 반대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권유에 못이겨 간디 당수가 총리직을 다시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리직 고사 배경=18일 인도 정국은 혼미를 거듭했다. 이날 간디 당수는 내각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압둘 칼람 대통령과 회동한 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는지 알아본 뒤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전례를 깨고 총리 지명을 유보한 것.

간디 당수는 회동 직후 “가급적 조속한 시일 안에 총리에 취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가 총리직 수용을 재고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수시간 뒤 간디 당수는 “심사숙고 끝에 총리직을 겸허히 고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고사의 배경에는 간디 당수의 신변 안전을 염려한 자녀들의 적극적인 반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디 당수는 1984년 당시 총리이던 시어머니 인디라 간디와 91년 역시 총리였던 남편 라지브 간디를 암살로 잃은 아픈 가족사를 갖고 있다.

11개 정당 연합체이자 이전 집권 연정인 전국민주연합은 그동안 간디 당수의 외국(이탈리아)출신 배경을 문제 삼으며 ‘간디 보이콧’을 선언해 왔다. 인도의 주식 폭락 등 총선 이후 경제 불안도 직접적으로는 간디 당수의 국민회의당과 연립 내각을 구성하게 될 좌파 정당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인도의 경제 개혁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촉발됐다.

▽향후 전망=외신들은 인도 정국이 향후 2∼3일 동안 혼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했다. 간디 당수의 총리직 고사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지지자들은 통곡과 함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측근인 만모한 싱 박사를 차기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해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CNN방송 등 일부 외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재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간디 당수는 이날 “내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결정을 수용해 줄 것을 간정한다”며 “총리직 고사는 내면의 목소리와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수백명의 간디 당수 지지자들은 간디 당수 자택과 의회 앞에 모여 총리 고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지지자들은 자살 선언까지 하고 있다. 외신들은 간디 당수의 총리 취임을 반대했던 NDA와 간디 당수의 지지자들 간 충돌도 염려된다고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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