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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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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종합주가지수가 가파른 하락세에서 일단 벗어났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 장세를 진단하는 ‘잣대’를 과거의 기록적인 폭락장 분석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증시는 미국의 ‘블랙 먼데이(Black Monday)’와 비슷하다=가장 유명한 사례는 ‘블랙 먼데이’라는 말을 낳은 1987년 10월 19일 미국 증시의 대폭락이다. S&P500 지수의 이날 하락 폭은 무려 20.4%. 갑작스러운 주가 붕괴가 대세 하락기 도중이 아닌 고점(高點)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증시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미국시장은 82년 이후 상승세가 지속돼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던 시점. 이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어디로 옮겨갈지가 불확실했던 점도 현재와 유사하다. 여기에 인수합병(M&A) 시장을 위축시키는 세제 관련 법안의 상정 등으로 투자심리까지 악화됐다. 당일에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 것.
다만 당시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린 점, 20% 이상의 주가 하락이 단 하루에 이뤄졌다는 점 등은 현재 상황과 다르다.
▽상승세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국내 증시의 과거 주요 급락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말과 정보기술(IT) 거품이 붕괴되던 2000년 초,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직후 등을 들 수 있다.
이 기간 중에는 20일 이격도(현재 주가가 최근 20거래일간의 평균 주가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85% 밑으로 떨어진 날이 속출했다. 이는 20거래일 평균 지수가 100일 때 당일 지수는 85를 밑돈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85% 이하였던 날은 1980년 이후 6800여일(거래일 기준) 가운데 단 19일뿐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97년 10월부터 두 달 동안 20일 이격도가 85% 밑으로 내려간 날은 11일이나 있었다. 종합주가지수는 하락폭이 커진 11월 14일 이후 15거래일 동안 27.53% 떨어졌다.
이번 폭락장에서는 20일 이격도(17일 기준)가 84.9%까지 내려갔다. 미국 9·11테러 당시(85% 이상)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이런 상황의 주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외국인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가 조금만 움직여도 주가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상처’로 시장이 많이 훼손됐기 때문에 상승 추세로 복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바닥에서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 데는 5개월, IT 거품 붕괴 이후에는 1년5개월 이상 걸렸다.
대신증권 봉원길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블랙 먼데이 이후 일정기간 등락을 거듭한 뒤 매우 완만하게 반등했다”며 “여러 상황으로 볼 때 한국도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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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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