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황태자 “아내 힘들어한다” 발언에 언론추측 분분

  • 입력 2004년 5월 1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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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의 커리어(능력)와 인격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나루히토(德仁·44) 일본 황태자가 부인 마사코(雅子·41) 황태자비에 대한 황실 안팎의 ‘견제’를 문제 삼고 나선 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천황의 대를 이을 황태자가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일본 사회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일. 특히 발언 내용이 황실 내부의 가정사라는 점에서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루히토 황태자는 10일 유럽 3개국 방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내는) 요양이 필요해 동행하지 못하게 됐다”며 “결혼 후 황실에 들어온 10년 동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 문제로 오히려 피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아내도, 나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황태자비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유무형의 압력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려 우울증이 심해졌거나, 다른 이유로 황실 안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본의 ‘황실전범’은 남자만이 천황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황태자는 딸 하나를 두고 있고 동생인 후미히토(文仁·38) 왕자도 딸만 둘이다.

‘여성 천황’도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전범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아들로 대를 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

마사코 황태자비는 5개 국어에 능통한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성격도 활달한 편이지만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5개월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혼 당시에는 경력을 살려 ‘황실 외교’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가졌지만 황실 내부의 관행에 부닥쳐 여의치 않자 상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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