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거센 ‘테러역풍’…동정적이던 서방국들 등돌려

  • 입력 2004년 5월 10일 19시 03분


러시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체첸 반군이 9일 친 러시아 체첸 정부의 아흐마트 카디로프 대통령 암살에 성공했지만 테러에 반대하는 국내외의 ‘역풍’에 부닥쳤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그동안 반군에 동정적이던 서방국가들마저 이번 테러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스콧 매클렐런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어떤 명분도 테러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비난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담당 고위대표와 영국 프랑스 스페인 터키 정부도 이번 테러를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에서도 의회가 체첸의 직접 통치를 주장하는 등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국당’의 드미트리 로고진 대표는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반군 사면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체첸 반군 지도자 아슬란 마스하도프는 “모든 형태의 테러를 비난한다”며 이번 사건의 연루 사실을 부인했다.

러시아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은행가 출신 세르게이 아브라모프를,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의 장남인 람잔을 체첸 임시정부 부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는 체첸 통치권을 카디로프가(家)에 물려주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는 9월 9일 이전에 치러져야 하는데 람잔의 출마가 유력시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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