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서받을 수 없는 이라크 포로 학대

  • 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51분


미군과 영국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발가벗긴 포로들을 포개놓고 의기양양하게 ‘기념촬영’을 하고, 두건과 망토를 씌운 포로를 상자 위에 세워놓고 고문용 전선을 연결해 괴롭히는 장면은 사진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아무리 전시상황이라 하지만 정상적인 정신상태의 인간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악행이 아닐 수 없다.

이슬람권에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유엔은 물론 미 의회까지 비난대열에 합류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포로에게는 제네바협약 등에 따라 최소한의 배려를 하도록 되어 있다. 미군과 영국군의 포로학대는 문명사회의 양식을 배반한 범죄로 준엄하게 다스려야 마땅하다. 오죽하면 학대를 경험한 이라크인이 “후세인 치하에서 고문을 받던 것이 낫다”고 절규하겠는가. 영국에서는 조작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가혹행위를 고발하는 증언과 사진이 쏟아져 사태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데 대한 세계인들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 이라크 상황이나 미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차원의 소극적 대응으로는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의 인권상황을 조사해 매년 보고서를 발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이 자신들이 저지른 인권유린은 묵살하면서 계속 남의 인권 탓을 할 것인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양국은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전 세계가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 양국 지도자의 가혹행위 비난이 의례적인 언사가 아니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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