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 ‘관타나모 인권’ 심리 시작

  • 입력 2004년 4월 21일 19시 05분


쿠바가 자국 내 미국 해군기지인 관타나모기지의 인권 실태 조사를 촉구하는 가운데 미국 사법 당국은 관타나모기지에 억류된 용의자들이 재판받을 권리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심리에 들어갔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9일 국영TV에 출연해 “관타나모기지가 단 하나의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 강제수용소가 됐다”며 유엔 인권위 소속 국가들에 대해 ‘관타나모 기지의 인권 실태 조사를 요구하는 쿠바의 결의안’을 지지할 것을 요구했다.

쿠바는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 연례총회에서 “관타나모기지 내에 억류된 용의자들이 고문을 받는지와 재판 과정에서 사법적 독립이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유엔 인권위는 22일 이 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관타나모기지에 억류된 용의자들은 적국의 전투원으로 간주되고 있어 합법적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며 쿠바의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대법원은 20일 관타나모기지에 억류된 수감자에 대한 무기한 억류 조치의 합법성을 따지기 위한 심리에 들어갔다. 관타나모기지에는 미국이 탈레반 및 알 카에다 전투 요원이라며 체포한 용의자 등 600여명이 수감돼 있다. 미국 법원은 이들이 미국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6월까지 판정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이 아닌 외국 영토에서 붙잡힌 용의자들에게 미국 국내법이 적용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들이 미국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미국을 포함한 유엔 인권위 53개국은 15일 쿠바의 인권 실태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찬성 22, 반대 21, 기권 10표로 채택했다.

아바나·워싱턴=외신 종합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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