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 삼으려 민간인 겨냥한듯

  • 입력 2004년 4월 9일 02시 17분


미군과 저항세력간의 유혈충돌이 격화되면서 이라크 무장세력의 외국인 납치가 빈발하고 있다. 7일 미국인 기자가 납치된 데 이어 8일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억류됐다. 한국인 7명은 이날 곧바로 풀려났지만 미군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는 점에서 인명 희생의 우려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일본인을 납치한 단체는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무자헤딘 여단’을 자처해 ‘인간방패’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위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밝힌 점도 심상치 않다.

파병국가의 국민을 인질로 삼아 연합국의 분열과 반전여론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민간인 납치사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무장세력의 의도=한국인 피랍과정에서 무장세력은 여권을 통해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억류했다가 풀어줬다. 이는 계획된 ‘표적납치’로 보기는 어려운 대목. 하지만 반미감정에 휩싸여 무장세력이 극도로 민감해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납치는 5일 나시리야에서 한때 억류됐던 지구촌나눔운동본부 한재광 부장 등 2명은 14시간 만에 풀려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문제는 납치사건이 계속되고, 일부 민간인은 여전히 풀려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7일 바그다드 남부에서 알 사드르가 이끄는 시아파 무장단체 ‘메흐디’로 보이는 저항세력에 납치된 미국인 기자 2명과, 6일 나시리야에서 시아파 민병대에 납치된 영국인 2명은 여전히 풀려나지 않고 있다.

민간인 납치는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끈다는 점에서 저항세력에는 폭탄테러 이상의 효과가 있다. 특히 철수를 조건으로 내건 일본인 납치의 경우는 인질의 목숨이 희생되는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

▽테러조직도 인질극 가담=8일 발생한 3명의 일본인 납치사건은 한국인 납치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스스로 ‘무자헤딘 여단’이라고 밝힌 저항세력은 알 자지라 방송에 보낸 편지에서 이라크 주둔 자위대가 사흘 안에 철수하든지, 인질을 불태워 죽게 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알 자지라 TV를 통해 인질의 모습을 전 세계에 방영해 인질극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는 우발적인 억류가 아닌 계획범죄임을 시사한다. 아랍어로 ‘성스러운 이슬람 전사’라는 뜻의 테러조직인 ‘무자헤딘 여단’은 미 국무부가 지정한 36개 국제 테러조직의 하나다. 따라서 일본인 납치 사건은 최근 이라크 전역에서 연합군과 충돌하는 시아파나 수니파 등 무장세력에 의해 발생하는 일시적 억류와는 성격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