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체포했어도 9·11 막지 못했을것”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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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9·11테러 이전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방법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9·11테러 조사위원회는 23일 이런 내용의 예비보고서를 토대로 전현직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상원에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는 클린턴 행정부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리처드 코언 전 국방장관, 부시 행정부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출석했다.

▽예비보고서 내용=행정부 관리들은 9·11테러 이전에 빈라덴 살해계획이 실패하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빈라덴의 입지만 강화될 것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빈라덴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축출 후 체포하기 위해 유인책과 경고, 제재 등의 외교적 방법을 추구했으나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미 관리들은 파키스탄 군부 내 탈레반 지지자들이 빈라덴에게 작전을 알려줄 것을 우려했다. 국방부 대테러 담당자들이 1998년 9월 국제테러범에 대한 대책을 준비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청문회 증언=전현직 관리들은 대부분 9·11테러 이전에는 알 카에다와 빈라덴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증언했다.

밥 케리 위원장(전 뉴저지 주지사)이 아프가니스탄에 특공대를 투입해 빈라덴의 근거지를 없애야 했다고 주장하자 코언 전 장관은 “동맹국들과 미 의회 및 대중이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이 9·11테러를 방지할 군사적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빈라덴이 사전에 제거됐더라고 테러범들이 이미 미국에 잠입해 있었던 만큼 테러를 막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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