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EU ‘미디어플레이어’ 전쟁

  • 입력 2004년 3월 22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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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49)과 마리오 몬티 유럽연합(EU) 반독점 집행위원(61)이 사활을 건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몬티 집행위원은 최근 MS의 독점금지법 위반혐의에 관한 5년간의 협상이 결렬되자 24일 제재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22일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MS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윈도스에 멀티미디어 재생프로그램인 '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 판 혐의를 받고 있다.

EU 반독점위원회는 7억 달러(약 8109억원)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윈도즈의 코드 공개범위를 늘리고 윈도즈 판매 때 미디어플레이어를 제외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회장은 "제재조치가 내려질 경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998~2003년 미국 법무부와 벌인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에서 결국 승리한 전력에 기대고 있다. EU에 굴복하면 MS의 특기인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점도 우려한다.

게이츠 회장에 맞서는 몬티 집행위원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이탈리아 태생의 경제학 교수 출신인 몬티 집행위원은 "강력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기업에 기준을 세우는 선례를 남기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2001년 제너럴 일렉트릭(GE)이 430억 달러(약 49조8112억원)를 들여 항공기기 제조업체 허니웰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무산시킨 전과를 올렸다. 또 EU 반독점위원회가 정보통신부문의 독점기업을 제재한 전력이 없어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EU 주변에서는 게이츠 회장과 몬티 집행위원 간의 공방이 법정으로 비화될 경우 역사적인 소송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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