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희비]피격상황…사제총으로 폭죽맞춰 ‘탕’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58분


천수이볜-뤼슈롄 정·부총통 후보에 대한 총격사건이 갈수록 의문에 휩싸이고 있다. 두 사람의 상처가 예상 외로 심각하지 않자 ‘살해’라는 총격의도가 약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자작극 논란까지 불붙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대만 남부 도시 타이난(臺南) 진화루(金華路) 3단지 상가지역. 붉은색 지프형 무개차를 타고 유세를 벌이는 천 총통과 뤼 부총통이 목표였다.

대만 경찰이 입수한 부근 폐쇄회로 TV 화면에 따르면 범인은 유세차량이 진화루와 원셴루(文賢路)가 교차하는 커브 지점을 통과하면서 속도를 늦추는 곳을 범행 장소로 잡고 12시45분경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1시45분. 용의자는 10m 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얼굴에는 오토바이 헬멧을 뒤집어썼으며 천 총통 지지자들이 입는 티셔츠 차림이었다. 키 170cm의 중년 남성.

첫 발은 차량 앞 유리를 뚫고 뤼 부총통의 오른쪽 무릎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총성은 폭죽소리에 묻혔다. 운전사는 물론 전짜이푸(陣再福) 경호실장도 저격 사실을 알지 못했다.

두 번째 총알은 천 총통과 7m 거리에서 발사됐다. 차량 정면에서 상하로 30도 각도. 천 총통의 복부에 피가 흘렀다. 경호원들이 뛰쳐나왔지만 범인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천 총통은 이날 방탄조끼를 입지 않았고 방탄차량도 타지 않았다. 경찰은 천 총통의 옷에서 납으로 된 총탄(8.1mm)을 발견했으며 차 안의 뤼 부총통 자리에선 동으로 된 총알(8.09mm)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사용된 총은 조악하게 만든 사제 총이었다. 전문가들은 총탄의 각도를 볼 때 최소 2명 이상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