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WAR”…이라크戰 1년 지구촌 수십만명 反戰물결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02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이라크 전쟁 1주년을 기념하는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은 세계를 위해 현명한 처사였다”며 “사담 후세인 축출로 중동지역에서 침략의 뿌리가 제거됐으며 이 지역 국민에게 자유와 희망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는 수십만명이 참가한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전 세계 반전시위 물결=미국 뉴욕에서 10만여명이 이라크 점령 종식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인 것을 비롯해 미국 전역 250여개 도시에서 반전 집회와 시위가 있었다. 뉴욕에서는 “부시, 당신이 내 아들을 죽였다”라고 쓴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영국에서는 전국 75개 도시에서 몰려든 수십만명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트래펄가 광장까지 행렬을 이루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들은 부시 미 대통령을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로 200여명이 숨진 스페인의 주요 도시에서도 수십만명이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며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독일 프랑스 폴란드 그리스 등 대부분 유럽국가와 일본 인도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등 세계 곳곳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난하고 이라크주둔 병력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중동지역은 반미시위=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2000여명의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며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지도 못한 채 이라크 민간인만 2만명(국제사면위원회는 1만여명 추산)이 숨졌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피와 영혼을 바쳐 이라크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수천명이 참여한 요르단 암만 시위현장에서는 “야비한 부시, 당신을 장화로 뭉개버리겠다”는 과격한 구호가 등장했으며 ‘아랍의 사자’라고 적힌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라크에서는 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교도 3000여명이 바그다드에 집결해 “후세인도 미국도 반대한다. 미국은 이라크 땅에서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라크 1년, 미국의 자평=하지만 부시대통령은 이날 기념연설에서 “이라크전은 유엔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이라크를 독재자로부터 해방하기 위해 수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엔 해방의 날, 중동에는 전환점이었다”면서 “인간의 자유를 위한 귀중한 진전이었다”고 이라크전을 평가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50년 전 미군이 피를 흘린 결과 한국은 번영과 자유를 누리게 됐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도 한국에서처럼 매우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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