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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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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권력에서 완전한 권력으로.’
새로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2기 정부와 1기 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2000년 ‘강한 러시아 재건’을 내걸고 집권한 푸틴 정부는 체첸 침공을 주도하고 언론과 지방정부를 무력화시켰다. 강성 정권이라는 인상과 함께 옛 소련 체제로 회귀하려 한다는 우려까지 낳았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푸틴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완전한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크렘린과 내각에 포진시킨 구주류 인맥과 막강한 금권으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올리가르히(과두재벌)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의회에서도 야당인 공산당이 제1당으로 군림했다.
푸틴 대통령은 꾸준히 권력기반을 강화해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친정체제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와 알렉산드르 볼로쉰 크렘린 실장으로 대표되는 구주류 세력을 청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 최대 재벌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 회장을 전격 구속했다. 또 다른 올리가르히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블라디미르 구신스키는 해외 망명 중이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는 의회까지 장악했다.
푸틴 정부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구 소련 해체 후 10여년 동안 계속돼 온 혼란을 가라앉히고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직전까지 갔던 경제를 구해냈다는 것은 긍정적 평가이다. 칼럼니스트 드미트리 구빈은 “러시아에 안정을 가져온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스크바 카네기센터 여성 분석가인 마리아 리프만은 “안정의 대가가 너무 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의회와 언론, 야당을 무력화시켜 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는 것. 블라디미르 르이쉬코프 하원의원도 “푸틴 대통령의 권력이 강화됐다고 해서 국력이 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개혁의 구호만 요란했지 뿌리 깊은 부패와 비효율적 관료주의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 지지자들은 “개혁의 발목을 잡아온 세력이 청산됐기 때문에 이제부터 본격적인 개혁정책을 펼 수 있다”고 반박했다.
2기 푸틴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또 다른 변수는 체첸사태. 체첸반군은 끊임없는 테러로 러시아를 괴롭히고 있다.
러시아 국민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부담이다. 러시아 국민은 전통적으로 민주적인 지도자보다는 전지전능한 ‘차르(황제)’형 지도자를 원한다. 기대에 못 미치면 서슴없이 등을 돌린다. 한때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옐친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32%의 응답자가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의 업적 때문이라는 대답은 22%였다. 이러니 높은 지지도로 집권 2기를 시작해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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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기정부 구성은…▼
블라디미르 푸틴 2기 정부 구성의 기본원칙은 ‘공안파와 개혁파의 안배’로 요약된다.
푸틴 정권의 버팀목인 공안파는 군과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로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반면 경제 사회분야를 맡고 있는 소장개혁파는 2기 정부에서 본격적인 개혁을 주도할 인물들이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54)가 두 세력의 조정자 역할을 맡았다. 통상장관을 지낸 경제통으로 조세개혁과 부패척결 등 개혁작업을 지휘할 예정이지만 신중한 성품인 데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인맥 등 공안파와도 가깝다.
공안파를 이끄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51)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힌다. 친구인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내각의 ‘실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그리즐로프 하원의장(53) 역시 내무장관을 지낸 공안파. 그는 하원을 장악하고 푸틴 정부의 개혁입법과 정국 안정을 뒷받침하게 된다.
개혁의 사령탑은 푸틴 개혁의 설계사인 드미트리 코작 내각사무처 장관(45). 크렘린 부실장으로 개혁의 청사진을 그려온 그는 새 내각에서 자신의 개혁정책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일을 맡게 됐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상트페테르부르크) 및 대학(상트페테르부르크대 법학부) 후배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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