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 이번에 ‘히스패닉 충돌론’ 논란

  • 입력 2004년 3월 8일 15시 58분


새무얼 헌팅턴(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최근 미국 내 히스패닉 이민자들과 영어권 앵글로(백인) 간의 문명 충돌론을 포린 폴리리 3,4월호를 통해 예견하고 나섰다.

헌팅턴 교수는 90년대 초반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간의 충돌론에 이어 최근 미국 내 히스패닉 이민자들과 영어권 앵글로(백인) 간의 문명 충돌론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5일자)는 "헌팅턴이 민감한 이민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용감하나 그의 논리에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헌팅턴의 '히스패닉 vs 앵글로' 분석=헌팅턴에 따르면 미국의 히스패닉 이민자들은 20세기 초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과 다르다. 당시 유럽 이민자들은 당시 왕복편이 아닌 미국행 편도 티켓을 끊었다. 그만큼 미국사회에 적응해 '미국인'이 돼 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오늘날 히스패닉들은 수시로 모국을 방문한다.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마이클'이 아닌 '호세'와 같은 히스패닉 이름을 고수하기도 한다. 헌팅턴은 3,4월호 격월간 포린 폴리시를 통해 이렇게 분석한다.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은 미국의 주류 문화 속에 융합되지 못할 것이며 결국 미국은 영어권 앵글로와 스페인어권 히스패닉으로 두 동강 날 것으로 헌팅턴은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의 반론=이코노미스트지는 이 같은 헌팅턴 교수의 글은 미국 내 히스패닉들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나왔다고 지적했다.

히스패닉들은 이민 2,3세대만 지나면 그 어느 민족들보다 미국 주류 백인 문화에 적극적으로 편입한다는 것이다. 히스패닉들이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나 휴스턴 지역 이민 1세대 부모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자식들이 모국의 문화를 너무 도외시한다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이민 2세대 중 스페인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경우는 10명중 1명꼴이라는 조사도 있다. 이라크 전에 출전한 군인들 중 상당수가 히스패닉계라는 점도 주시해야할 점. 히스패닉 이민자들 내부에서의 문화적 정치적 차이점 등 또한 이들을 '동일화된 그룹'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