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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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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아크민은 아무 곳이나 파도 유물이 나오는 곳. 알리 파라그의 본업은 도굴품 암거래상, 부업은 카이로의 골동품상이었다. 94년 6월 그는 아크민의 한 중개상으로부터 파세네콘을 샀다. 파라그씨의 외국 연결책은 영국인 조너선 토클리 패리. 그는 파세네콘이 진품임을 확인한 뒤 조악한 관광 기념품으로 위장해 이집트 밖으로 빼돌렸다.
▽옥스퍼드=혹시 도난물품 리스트에 올라 있으면 곤란하다. 영국 고고학 연구소의 순진한 전문가가 여기에 이용당한다. 패리씨는 변호사를 사칭해 “고객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정중히 요청했다. 전문가는 주요기관의 유물 목록을 검색한 후 도난 목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오케이, 고!
▽뉴욕=프레데릭 슐츠가 운영하는 미 뉴욕의 갤러리에 패리씨의 편지가 도착한다. “파세네콘 석비와 작은 석비 2개를 7만달러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슐츠씨는 골동품 딜러협회의 고위 인사. 파세네콘 석비처럼 희귀품을 다룰 수 있는 딜러, 즉 밀수업자와 손이 닿는 딜러는 극소수다. 슐츠씨는 돈을 지불했다.
▽취리히=그런데 파세네콘이 사라졌다. 95년 봄 패리씨는 파라그씨로부터 파세네콘을 받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갔다가 체포됐다. 97년 파세네콘은 취리히 자유항에 다시 나타났는데,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패리씨도 슐츠씨도 모른다. 파라그씨는 사라졌다.
항구의 선적 기록에 따르면 97년 파세네콘과 작은 2개의 석비는 ‘H. H. 고미술품 회사’가 임대한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이 회사는 유령회사로 확인됐다.
▽제네바=97년 말 파세네콘은 ‘피닉스 고미술품 거래 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닉스측은 “H. H.로부터 구매할 때 확인한 바로는 도난 기록이 없었다”고 말했다. 98년 한 교수는 독일의 고고학 저널에 파세네콘의 아름다움에 관한 논문을 썼다.
▽파리=프랑스 파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베르나르 블론딜은 98년 피닉스에서 파세네콘을 산 뒤, 99년 뉴욕의 부동산업자 헨리 엘가나얀에게 팔았다. 블론딜씨는 만약 도난품이어서 문제가 생기면 환불해주기로 약속했다.
▽다시 뉴욕=패리씨가 체포된 후 공범을 조사하던 당국은 그의 집에서 발견된 사진과 98년 독일 저널에 발표된 작품이 같은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불법 도굴품으로 밝혀짐에 따라 엘가나얀씨는 파세네콘을 돌려주고 환불받았다. 파세네콘은 현재 카이로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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