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러한인 1500명 ‘인명백과사전’ 펴낸 최 브로냐 박사

  • 입력 2004년 2월 19일 19시 05분


재러 한인 백과사전 발간 주도한 최 브로냐 박사.
재러 한인 백과사전 발간 주도한 최 브로냐 박사.
“이국땅에서 한인들이 보낸 140년의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책 한 권에 모았습니다.”

지난주 나온 ‘재(在)러시아 한인 백과사전’의 출간을 주도한 최 브로냐 박사(59)는 18일 “15만 재러 한인들의 숙원이 90년 만에 이뤄졌다”며 감격했다.

백과사전 출간은 한인 1세대가 러시아 이주 50주년(1914년)을 맞아 추진하다가 1차 세계대전과 볼셰비키혁명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비원의 사업.

이번 한인 백과사전은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방대한 작업 끝에 탄생됐다. 90년대 초부터 자료 수집에 들어가 순수 편찬 작업에만 2년이 걸렸다. 각 분야 전문가 50명이 집필하고, 최 박사 등 6명이 편집에 참여했다.

1440쪽 분량의 이 사전은 15개 장으로 나뉘어 한국인의 인종적 특성에서부터 한국어, 한인사(史), 러시아에서의 한국학 현황 등을 주제별로 다루고 있다.

러시아어 알파벳순으로 정리된 인명사전에는 홍범도 장군에서부터 가수 빅토르 최까지 140년 한인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주요 인사 1500여명이 수록됐다. 남북한의 역사적 인물, 한국과 관련 있는 러시아인도 포함됐다.

러시아 민족부 장관 고문인 니콜라이 조린 박사(역사학)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140여 소수민족 중 이런 작업을 한 것은 한인이 유일하다”며 “문화 학술적 가치도 크다”고 평가했다.

최 박사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러시아 자연과학아카데미(학술원) 회원인 저명한 화학자. 그는 “발간에 참여한 분들이 그동안 생업을 제쳐놓고 백과사전 작업에 매달렸다”며 고마워했다.

이번 작업에는 주러 한국대사관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했으며 북한대사관도 자료를 제공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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