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타히르, 말聯총리아들-칸박사와 核거래 커넥션 의혹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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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컴퓨터 무역회사 대주주인 부카리 시에드 아부 타히르(44). 스리랑카 출신인 그는 인도에서 개인요리사를 불러와 음식 대접을 할 만큼 통이 큰 사교계 인사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최고급 아파트형 별장으로 손님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는 아랍권과 동남아지역에서 꽤 ‘성공한 무역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방정보기관이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중심으로 한 국제 핵 암거래 커넥션을 조사하면서 그의 가려졌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는 각국 정보기관이 오랫동안 추적해 온 핵 암거래의 핵심 실세였다.

▽겉은 무역상=타히르씨의 공식 직함은 두바이에 있는 걸프기술산업의 지배주주. 컴퓨터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의 직원은 5명에 불과하다.

그는 말레이시아 정재계 고위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는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의 외아들인 카말루딘 압둘라도 있다.

타히르씨는 간혹 인도에서 개인요리사를 불러 인도식 볶음밥인 브리야니를 콸라룸푸르의 친구들에게 대접한다.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최고야”라며 극찬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9일 전했다.

말레이시아 사교계 인사들은 “(타히르씨는) 성격이 느긋하고 말씨도 부드러우며 씀씀이가 넉넉하다”고 말했다.

▽속은 핵 암거래상=2001년 초 타히르씨는 압둘라씨가 소유한 스코미 정밀엔지니어링에 부품제작 계약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계약금액은 340만달러(약 40억원). 스코미정밀은 걸프기술산업과 계약을 하고 부품설계도를 건네받았다.

그러나 부품 제작단계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계약당사자도 아닌 타히르씨가 제조공정에 개입하고 나선 것. 그는 스위스에서 기술자를 불러와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스코미정밀 관계자는 “사실상 그가 부품 발주자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제조했던 부품은 핵폭탄에 쓰이는 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의 일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칸 박사와의 관계=그는 칸 박사와 함께 여행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1998년 그가 콸라룸푸르 셰러턴호텔에서 말레이시아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을 때도 칸 박사가 참석했다. 칸 박사는 가끔 두바이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묵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공안경찰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 정보기관(MI-6)은 타히르씨를 합동 신문한 결과 이런 사실들을 밝혀냈다. 그는 현재 구금상태에서 말레이시아 정보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의 입을 통해 새로운 핵 암거래 커넥션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 암거래의 활동무대가 독일 등 유럽 3개국, 아프리카 1개국, 일본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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