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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19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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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일 시위는 뉴욕을 방문 중인 폴 브리머 미군정 최고행정관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회동을 겨냥한 것이었다. 부족대표로 시위에 참가한 나임 알 사아디(60)는 “오늘 시위는 우리가 직접선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바스라나 바그다드의 시아파 시위대들이 조기 직선과 함께 ‘시스타니 지지’를 외쳤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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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75)는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성직자. 시스타니는 6월 30일까지 간접선거를 실시해 과도의회를 수립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직선제가 실시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바스라나 바그다드의 대규모 시위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시스타니는 몇 차례에 걸친 브리머 최고행정관의 면담 요청도 물리칠 만큼 조기 직선에 관한 한 비타협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이라크의 영적 지도자 시스타니에 대해 ‘크고도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브리머 최고행정관은 결국 유엔의 협조를 얻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2500만명의 이라크 국민 가운데 60%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는 1968년 소수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이 집권한 후 차별 대우를 감내하며 살아왔다. 91년 걸프전 이후에는 후세인 체제에 반기를 들고 이라크 남부에서 봉기를 일으켰으나 ‘믿었던 미국의 지원’이 무산되면서 대량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에야말로 직선제를 통해 1500만 시아파의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원리주의에 가까운 시아파가 집권할 경우 이라크는 이란처럼 ‘신정(神政) 일치 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시스타니의 홈페이지(sistani.org)에는 신도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코너가 있는데 교리에서부터 성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지도하고 있다. 이런 영향력 때문에 시아파 주민들은 시스타니를 ‘성인(聖人)’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가 명령하면 즉각 무기를 들 태세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6월 30일까지 직접선거를 실시하려면 준비기간이 모자랄 뿐 아니라 종파간 종족간 대립으로 ‘통일 이라크’ 수립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며 반대하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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