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획기적 새 이민정책 발표…親민주 히스패닉계에 손짓

  • 입력 2004년 1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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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이민자들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고수해 온 미국 행정부가 불법체류 노동자들에게 합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이민정책을 7일 오후 발표한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이민자 단체 대표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 이민정책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수백만명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구제하게 될 이번 이민법 개정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발표했던 이민법 개정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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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바뀌나=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불법 노동자들은 새 개정안에 따라 임시취업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기한도 1년, 2년식으로 특별히 제한받지 않는다. 임시취업비자를 받으면 고국과 미국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며 나중에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행정부 관리들은 또 부시 대통령이 현재 연간 14만명 수준인 영주권 허용자 수도 ‘적절한 선에서 늘릴 것’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멕시코를 비롯해 히스패닉계 불법 이민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 800만∼120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불법 노동자들 중 절반 이상이 멕시코 및 히스패닉계일 것이라는 게 미 행정부의 분석이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 체류자 수는 대략 18만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도 조건을 갖추면 새 개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 발표 배경=이번 조치는 11월 대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측의 히스패닉계 표심 잡기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히스패닉계 불법 이민자들이 취업비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곧바로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권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 전체 유권자의 7%에 달하는 기존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이번 이민법 개정안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 쪽에서도 그동안 인권 등을 내세워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선처’를 요구해 왔기 때문에 백악관이 마련한 개정안은 별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워싱턴=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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