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후세인… 美와 전쟁서 승리하는 내용 집필

  • 입력 2003년 12월 17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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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몇 주일 동안 서사시(敍事詩) 집필에 몰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후세인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공격 직전 방어에 골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하 저항운동을 이끌어 미국에 승리한다는 내용의 ‘악마들은 가라!(Be Gone Demons!)’를 저술하고 있었다고 16일 보도했다.

후세인이 은신하기 직전까지 4만부가 인쇄된 이 서사시는 대부분이 파기되거나 약탈당해 현재는 몇 부 남아 있지 않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후세인은 이에 앞서 2000년부터 실각할 때까지 ‘왕과 자비바’ ‘요새, 인간, 티크리트’ 등 3권의 소설을 펴냈었다.

‘악마들은 가라’는 성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침략자를 이끄는 에스겔(구약성서의 선지자)을 최고의 악한으로, 후세인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사인 ‘사림(Salim)’으로 설정하고 있다.

소설가 후세인은 작가로는 어네스트 헤밍웨이, 작품으로는 ‘노인과 바다’를 가장 좋아했고 헤밍웨이의 문체를 닮으려고 애썼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후세인은 처음에는 유명 작가를 불러와 줄거리를 구술해준 뒤 작품을 완성하게 했다가 나중에는 직접 집필했다.

특히 첫 작품 ‘왕과 자비바’는 혹평을 받았지만 저자가 누구인지 알려지면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바그다드의 한 서점주인은 “대통령의 속생각이 무엇인지 보려고 누구나 책을 사보았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가 미쳤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후세인의 소설 출간에 간여했던 언론인 사드 하디는 “후세인은 자기 자신을 소설 집필은 물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신이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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