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식당업 한국교민2명 살인청부업자 총맞고 사망

지난달 29일 필리핀 중부 휴양지 세부에서 한국 교민 2명이 살인청부업자로 보이는 10대 3명의 무차별 총기난사로 숨진 사실이 1일 뒤늦게 밝혀졌다.

현지 교민들은 올 하반기 들어 이 지역에서만 벌써 한국인을 상대로 한 총격사건이 두 차례나 발생했지만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100만페소(약 2200만원)를 모아 범인체포 현상금으로 내걸 계획이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사건 직후 이를 본국에 보고했다”고 밝혔으나 외교통상부는 본보가 취재에 나서자 이틀 뒤인 1일 저녁 뒤늦게 이 사실을 보도자료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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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현지 언론과 교민들에 따르면 세부 푸속 소재 식당 ‘샤부샤부 옥스’ 사장 조모씨(48)와 동업자이면서 주방장인 김모씨(48) 부부가 29일 오후 10시반 자동차를 함께 타고 귀가하던 중 식당에서 8km 떨어진 마리곤돈 주택가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탄 범인 3명에게 총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차량이 길가로 곤두박질쳤으며 범인 2명은 오토바이에서 내려 멈춰선 차량 안에 있던 조씨와 김씨를 향해 확인 사살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조씨와 김씨는 가슴과 배 등에 각각 세 발을 맞았으며 조씨는 현장에서 숨지고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차량 의자 밑에 엎드려 있던 김씨의 부인 김모씨와 조씨의 부인 이모씨는 다행히 총격을 받지 않았지만 얼굴과 팔에 타박상을 입었고 정신적 충격이 심한 상태라고 가족들은 말했다.

현지 경찰은 일단 사업상 이해관계에 의한 청부살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 중이다.

▽불안한 한인사회=백남정 세부한인회장(41)은 “치안 상황이 불안해지자 요즘 교민들은 ‘내가 다음 살해 대상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이 같은 사건을 뿌리 뽑자는 차원에서 교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현상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한인회는 100만페소를 모아 범인 체포에 결정적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현재 세부에는 교민이 2000여명에 달한다. 세부는 전체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휴양지다.

숨진 조씨와 김씨의 유해는 1일 화장돼 2일 오전(한국시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잇따르는 한국인 피해=최근 세부에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총기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6월 28일에는 막탄에서 한국인 임모씨(48)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밖에서 돈을 가로채려는 현지인에게 총을 맞아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또 9월 3일에는 박모씨(33)가 마리바고에서 필리핀 경비원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경비원은 그가 다른 한국인들과 싸우는 것을 말리려고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