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反美확산 막자” 다급한 발걸음…영국 국빈 방문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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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state visit)한다. 그는 21일까지 런던에 머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토니 블레어 총리를 만나 이라크 전후 처리, 미국과 유럽간의 마찰 완화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초의 국빈 방문=우드로 윌슨 전 미 대통령이 1918년 12월 조지 5세 당시 영국 국왕의 초청을 받아 정궁(正宮)인 버킹엄 궁에 머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국빈 방문이 아니었다. 국빈 방문은 △왕실 차원의 도착 환영 행사 △정궁에서 열리는 국빈 연회 △국왕과의 개인오찬 등이 포함돼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찰스 왕세자로부터 접대를 받는 등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특별한 예우를 받는다. 영국 정부관계자는 이번 초청이 지난해 봄 미 정부측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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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방문하나=BBC는 누구나 이 같은 질문을 하지만 딱히 좋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미 언론은 부시 대통령은 물론 블레어 총리 역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어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은 런던에서 대규모 시위대를 마주하게 되면 이미지에 적지 않은 손상을 받을 수도 있다.

더구나 그의 이번 방문 스케줄에는 영국 의회 연설이 없다. 그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반감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그에게 ‘정치적 핸디캡’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유럽 내 반미감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심정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의 협상=부시 대통령은 20일 블레어 총리를 만난다. 21일에는 블레어 총리의 선거구인 더럼주 세지필드를 방문할 예정이다.

블레어 총리는 영국 기업들이 이라크 재건 계획에 최혜국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받으려 한다고 BBC는 전했다. 대신 블레어 총리는 독일 프랑스가 추진하는 유럽 독자방위 구상이 미국 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관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총리에게는 미국의 철강 관세 철회라는 숙제도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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