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살인의 추억’…21년간 48명 연쇄살해 범인 추적

  • 입력 2003년 11월 9일 19시 09분


데이브 레이처트
데이브 레이처트
《5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그린 리버’ 연쇄살인사건 재판에서 용의자 개리 리지웨이(54)가 유죄를 인정하면서 48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 최악의 연쇄살인사건은 마침표를 찍었다. 그 순간 법정에 앉아있던 데이브 레이처트 킹 카운티 보안관(54)의 ‘(평생)임무도 완성됐다(mission accomplished)’.》

레이처트 보안관은 1982년 여름 시애틀 남쪽 그린 리버 강변에서 연쇄살인의 첫 희생자를 발견한 이래 21년간 이 사건의 범인을 쫓아왔다.

30대 초반의 열혈 형사였던 그의 머리는 이제 백발이 됐다. 당시 열 살이던 장남은 사건을 처음 맡을 당시의 아버지 나이가 됐다.

레이처트 보안관은 사건 초기에는 몇 년간 이 사건 하나만 전담했다. 86년에는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알기 위해 70년대 유명했던 플로리다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사형을 기다리던 테드 번디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가 없자 전담팀이 해산되고 상부의 지시로 사건에서 아예 손을 떼야만 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9일 레이처트 보안관에 대한 기사에서 “그는 공식적으로는 수사에서 손을 뗐지만 개인적으로는 범인을 계속 쫓았다”고 전했다. 레이처트 보안관은 97년 킹 카운티 보안관으로 임명되자 예전의 전담반을 다시 불러 모았다.

그는 희생자를 발견했을 당시의 한 장면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고 회고했다. 사건 초창기 희생자 마르샤 채프먼(당시 31세)의 시신이 물에 잠긴 상태에서 팔 하나만 수면 위로 삐죽 나와 있었다는 것. 그는 “팔이 물결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도와줘요,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며 “그 장면이 생각날 때마다 오싹했다”고 털어놓았다.

범인 리지웨이는 84년에도 용의자로 지목됐으나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 레이처트 보안관은 당시 그의 타액을 채취해 보관하고 있다가 2001년 11월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7건의 살해 혐의를 확인했고, 사건은 풀리기 시작했다.

전직 동료였던 밥 케펠은 “레이처트 보안관은 하루 24시간 이 사건과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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