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왕국’ 日 저축 안한다…장기불황으로 가계저축률 추락

  • 입력 2003년 11월 2일 17시 33분


최근 몇 년 새 일본에서 ‘저축이 미덕’이란 말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민경제통계’에 따르면 2001년 가계저축률은 전년보다 2.9% 포인트 떨어진 6.9%를 나타냈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조사결과로는 올해 6월 5.6%로 1.3%포인트 하락했다. 1990년대 초반(14% 정도)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1980년도 중반만 해도 일본의 저축률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2배 정도 높았다. 하지만 2000년도 들어 점점 역전되고 있는 추세다. 2001년 기준으로 일본의 가계저축률은 프랑스나 독일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일본의 저축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10년 이상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득이 계속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생활수준은 예전과 비슷하게 유지하다 보니 저축할 여유자금이 없어진 것.

지난해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은 월 44만6200엔으로 전년보다 3.5% 포인트 줄어든 반면 소비지출은 0.5% 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고 일본 총무성(總務省)이 최근 발표했다.

고령화 사회도 저축률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년퇴직 후 지금까지 저축해 놓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이 증가한 것.

제일생명경제연구소 구마노 히데오(熊野英生) 연구원은 “저축률이 낮아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한다면 외화가 늘어나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엔화 강세는 수출 기업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저축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계의 수입 중 세금 등을 뺀 가처분소득 가운데 저축이 차지하는 비중.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