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야당 당수도 재신임 받는다…보수당 지지율 안오르자 요구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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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제1야당인 보수당 이언 던컨 스미스 당수(49·사진)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가 29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25명은 28일 당수 재신임 투표 요구안을 제출했다. 보수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수는 소속 하원의원 25명 이상이 요구할 경우 재신임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던컨 스미스 당수는 소속 하원의원 163명의 재적 과반수인 82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재신임된다.

보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이라크전쟁 전후 집권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재선 이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보수당 지지율이 노동당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당수의 지도력 부재 탓”이라며 재신임 투표를 요구해 왔다.

당내 여론에 밀린 던컨 스미스 당수도 27일 “나를 지지하든지, 아니면 잘라라(Back me, or Sack me)”라고 말하며 재신임 카드를 던졌다.

각종 여론조사는 2005년 실시될 총선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군인 출신인 던컨 스미스 당수는 2001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에 2차례 연속 패배한 뒤 당수로 선출됐으나 대안을 갖춘 수권정당 이미지를 심는 데 실패해 오히려 당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런던 정가 소식통들은 던컨 스미스 당수가 재신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신임되더라도 ‘상처뿐인 승리’에 불과하다는 것. 보수당 사상 당수가 선거 결과가 아닌 당원 요구에 의해 심판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던컨 스미스 당수가 불신임되면 차기 당수로는 각료 출신 마이클 하워드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수가 교체돼도 보수당이 당장 지지율을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을 집권하며 윈스턴 처칠과 마거릿 대처 같은 걸출한 총리를 배출했던 보수당은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래저래 블레어 총리는 느긋한 마음으로 야당의 재신임 투표를 지켜볼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전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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