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푸틴, 루벤스 그림 돌려주시게”

  • 입력 2003년 10월 9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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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作 '타르킨과 루크레티아'
루벤스 作 '타르킨과 루크레티아'
8∼9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 장의 그림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BBC방송이 8일 이 회담에서 러시아가 보관 중인 이 그림의 반환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로크미술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유화 ‘타르킨과 루크레티아(Tarquin and Lucretia)’가 문제의 작품. 1606∼1612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루벤스의 초기 대표작으로 최소 9500만달러(약 110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그림은 1945년까지 독일 베를린 근교의 한 성(城)에 보관돼 있다가 이곳에 진주한 소련군 장교에 의해 러시아로 옮겨졌다. 그 뒤 자취를 감춘 그림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올해 초. 독일 포츠담미술관은 블라디미르 로그비넨코라는 이름의 러시아 부동산중개인에게서 ‘루벤스 그림을 팔고 싶다’는 e메일을 받았다.

미술관측은 전문가를 러시아에 파견해 그림이 루벤스의 진품임을 확인하고 독일 정부에 알렸다. 독일 정부는 ‘약탈된 그림’이라며 러시아에 반환을 요구했고, 러시아 검찰은 부동산중개인에게서 그림을 압수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차일피일 반환을 미뤄왔다. 로그비넨코씨가 “정당한 절차를 통해 그림을 구매했다”며 보상을 요구한다는 게 이유. 하지만 독일측은 “약탈을 합법화할 우려가 있다”며 보상을 일절 거부하고 있다. 결국 양국 정부는 이 문제를 정상회담에 넘겼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독일 국민에게 주는 선물’ 형식으로 그림을 넘기는 것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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