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의무병 서영태 상병 “韓方으로 이라크에 희망 심어”

  • 입력 2003년 10월 9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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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파견된 국군 제마부대(의료부대)의 유일한 한방 의무병인 서영태 상병(오른쪽)이 한 미군병사를 진료하며 손목의 맥을 짚고 있다. -사진제공 국방부
이라크에 파견된 국군 제마부대(의료부대)의 유일한 한방 의무병인 서영태 상병(오른쪽)이 한 미군병사를 진료하며 손목의 맥을 짚고 있다. -사진제공 국방부
“전쟁의 상흔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찜통더위 속에서 이라크 주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이라크 파병 의료부대(제마부대) 소속 서영태(徐榮兌·28) 상병은 올 4월 파병된 100여명의 부대원 중 유일한 한방 의무병이다.

서 상병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치료 뒤 환히 웃는 주민들의 얼굴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경산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한의사 자격증을 딴 뒤 지원 입대한 그는 현재 제마부대에서 유일한 ‘한방 군의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한방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고, 인도적 차원의 의료지원이라는 목적에 공감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파병 모집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 5개월간 그의 손길을 거쳐 간 환자는 현지 주민과 동맹군, 우리 군 장병 등 모두 660여명.

처음엔 ‘한방 치료’가 생소한데다 말이 통하지 않아 찾는 이들이 거의 없었지만 치료 뒤 병세가 호전된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환자들의 발길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근육무력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던 7세 이라크 소년이 서 상병의 치료로 크게 회복되자 요즘은 하루 20∼30명이 몰려들고 있다.

또 현지 나시리야 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한방 진료를 배우러 찾아오고 일부 동맹군 장병들은 그들의 병원보다 서 상병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서 상병은 “소년의 아버지가 ‘당신이 새 희망을 주었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고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달 22일 2진과 교대, 귀국하는 서 상병은 “6개월 이상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두고 돌아가려니 미안하다”며 “이들에 대한 치료내용을 빠짐없이 인계해 원활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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